블로그란

블로그는 보드다. 블로그는 행운목이요, 커피요, 청초하고 생각이 날렵한 여인이다. 블로그는 그 여인이 사진기를 들고 걸어가는 숲 속으로 난 평탄하고 고요한 길이다. 블로그는 버려진 고장난 사진기가 될 수도 있다. 그러나, 그 사진기는 깨끗하고 많은 것을 담지 않아도 될 그런 사진기이다. 

 

블로그는 청춘의 로그는 아니요, 서른 여섯 살 중년 고개를 넘어선 사람의 소통이며, 정열이나 심오한 지성을 내포한 전문 정보는 아니요, 그저 블로거가 쓴 단한 글이다. 

 

수필은 흥미는 주지마는 읽는 사람을 흥분시키지는 아니한다. 수필은 마음의 산책이다. 그 속에는 인생의 향취와 여운이 숨어 있는 것이다.

 

블로그는 흥마는 주지마는 읽는 사람을 흥분시키지는 아니한다. 블로그는 넷의 산책이다. 그 속에는 인생의 향취와 여운이 숨어 있는 것이다. 

 

블로그의 색깔은 황홀 찬란하거나 붉지 아니하며, 너무 파랗지 않고 퇴락하여 추하지 않고, 언제나 온아무미하다. 블로그의 빛은 비둘기를 닮은 회색이어도, 옅은 베이지여도 좋다. 블로그가 찻잔이라면 번쩍거리지 않는 바탕에 약간의 무늬가 있는 머그잔이다. 그 무늬는 커피를 마시는 사람의 얼굴에 미소를 띠게 한다. 

 

블로그는 한가하면서도 나태하지 아니하고, 속박을 벗어나고서도 산만하지 않으며, 찬란하지 않고 우아하며 날카롭지 않나 산뜻한 일상의 로그(Log)이다. 

 

블로그의 재로는 생활 경험, 자연 관찰, 또는 사회 현사에 대한 새로운 발견, 무엇이나 다 좋을 것이다. 그 제재가 무엇이든지간에 쓰는 이의 독특한 개성과 그때의 무드에 따라 "키보드 위에서 손가락이 추는 댄스처럼" 블로그의 포스팅은 써지는 것이다. 블로그는 플룻이나 클라이맥스를 필요로 하지 않는다. 가고싶은 대로 가는 것이 블로그의 행로이다. 그러나, 차를 마시는 것와 같은 이 매체는 그 방향(芳香)을 갖지 아니할 때에는 그냥 온라인 상의 쓰레기 같이 무의미한 것이 되어 버리는 것이다. 

 

블로그는 독백이다. 인플루언서나 유명인들처럼 여러가지 시도를 해 보아도 된다. 먹방의 요정이 되어보고, 전문적인 리뷰어 노릇도 한다. 그러나 블로거는 그 블로그 안에서 블로거이면 되는 것이다. 블로그는 그 쓰는 사람이 가장 솔직히 나타내는 문학의 형식이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블로그는 방문자에게 친밀감을 주며, 친구에게서 받는 편지와도 같은 것이다. 

 

티스토리라는 곳에 블로그가 하나 있었다. 내가 만들었던 그 블로그는 이냥저냥 한 이야기를 써 두었던 곳으로 흔히 말하는 애드센스도 붙어 있지 않았고, 본 영화와 들었던 음악, 만났던 사람들과 내일의 할 일과 오늘과 어제 했던 일들을 적어두는 곳이었다. 특별한 것 없이 가지런한 일상에서 약간 튀어나온 특별함을 소소히 기록해 둠으로써 그 기록 자체가 특별해졌던 곳이었다. 

 

가지런한 일상에서 약간 튀어나온 소소한 특별함을 찾아내는 것은 마음의 여유를 필요로 한다. 

 

이 마음의 여유가 없어 포스팅을 못하는 일은 슬픈 일이다. 때로는 억지로 마음의 여유를 가지려 하다가는 그런 여유를 갖는 것이 죄스러운 것 같기도 하여 나의 마지막 십분지 일까지도 숫제 조초와 번잡에 다 주어버리는 것이다. 

 

피천득 선생님의 "수필"이 만약 21세기에 쓰였다면 이렇지 않았을까? 

 

 


피천득 - 수필 

 

수필은 청자 연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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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은 난이요, 학이요, 청초하고 몸맵시 날렵한 여인이다. 수필은 그 여인이 걸어가는 숲 속으로 난 평탄하고 고요한 길이다. 수필은 가로수 늘어진 페이브먼트가 될 수도 있다. 그러나, 그 길은 깨끗하고 사람이 적게 다니는 주택가에 있다.

 

수필은 청춘의 글은 아니요, 서른여섯 살 중년 고개를 넘어선 사람의 글이며, 정열이나 심오한 지성을 내포한 문학이 아니요, 그저 수필가가 쓴 단순한 글이다.

 

수필은 한가하면서도나태하지 아니하고, 속박을 벗어나고서도 산만하지 않으며, 찬란하지 않고 우아하며 날카롭지 않으나 산뜻한 문학이다.

 

수필의 색깔은 황홀 찬란하거나 진하지 아니하며, 검거나 희지 않고 퇴락하여 추하지 않고, 언제나 온아우미하다. 수필의 빛은 비둘기 빛이거나 진주빛이다. 수필이 비단이라면 번쩍거리지 않는 바탕에 약간의 무늬가 있는 것이다. 그 무늬는 읽는 사람의 얼굴에 미소를 띠게 한다.

 

수필의 재료는 생활 경험, 자연 관찰, 또는 사회 현사에 대한 새로운 발견, 무엇이나 다 좋을 것이다. 그 제재가 무엇이든지간에 쓰는 이의 독특한 개성과 그때의 무드에 따라 '누에의 입에서 나오는 액이 고치를 만들듯이' 수필은 써지는 것이다. 수필은 플롯이나 클라이맥스를 필요로 하지 않는다. 가고싶은 대로 가는 것이 수필의 행로이다. 그러나, 차를 마시는 거와 같은 이 문학은 그 방향(芳香)을 갖지 아니할 때에는 수돗물같이 무미한 것이 되어버리는 것이다.

 

수필은 독백이다. 소설가나 극작가는 때로 여러 가지 성격을가져보아야 된다. 셰익스피어는 햄릿도 되고 폴로니아스 노릇도 한다. 그러나 수필가 램은 언제나 찰스 램이면 되는 것이다. 수필은 그 쓰는 사람을 가장 솔직히 나타내는 문학형식이다. 그러므로 수필은 독자에게 친밀감을 주며, 친구에게서 받은 편지와도 같은 것이다.

 

덕수궁 박물관에 청자 연적이 하나 있었다. 내가 본 그 연적은 연곷 모양을 한 것으로, 똑같이 생긴 꽃잎들이 정연히 달려 있었는데. 다단 그 중에 꽃잎 하나만이 약간 옆으로 꼬부라졌었다. 이 균형 속에 있는 눈에 거슬리지 않은 파격이 수필인가 한다. 한 조각 연꽃잎을 꼬부라지게 하기에는 마음의 여유를 필요로 한다.

 

이 마음의 여유가 없어 수필을 못 쓰는 것은 슬픈 일이다. 때로는 억지로 마음의 여유를 가지려 하다가는 그런 여유를 갖는 것이 죄스러운 것 같기고 하여 나의 마지막 십분지 일까지도 숫제 초조와 번잡에 다 주어버리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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