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다리 걷어차기.

사다리 걷어차기 - 정의

사다리를 걸쳐 위층으로 올라가고 그 사다리를 걷어찬다는 의미로, 먼저 어떤 분야에서 성과를 낸 사람이 뒷사람이나 경쟁자들이 뒤따라 올라오는 걸 방해하는 행위를 의미한다. 높으신 분들이나 자수성가한 사람이나 단체, 심지어 국가(선진국 vs 신흥공업국 vs 개발도상국)까지 능력주의에서 밀려나지 않으려고 흔히 저지른다. 흔히들 사다리 걷어차기를 두고 개구리 올챙이 시절 모른다고 한다. 경로의존성을 강화하는 방법이기도 하다. 

출처 - 나무위키

오늘 하고싶은 이야기는 야구이야기인데 제목은 사다리 걷어차기다. 사다리 걷어차기로 하고 싶은 이야기는 야구 팬들의 설전을 종종 만드는 야구의 불문율이다. 

많은 점수차로 이기고 있을 때 도루 하지 말라. 
많은 점수차로 이기고 있을 대 번트를 대지 말라. 
홈런을 치고 과한 세레모니를 하지 말라. 등등등.. 

오래 된 공놀이인 야구에는 여러가지 하지 말아야 할 것들이 있다. 그것을 우리는 야구룰북에 나와 있지만 않지만 지켜야 하는 관습규칙, 불문율이라고 한다.

 

대표적인 불문율은 왜 이기고 있는 팀에게만 적용되는 듯 한가?

KBO 경기에서도 종종 등장하는 이슈 중의 하나는 크게 이기고 있는 상황에서의 도루이다. 오래 된 이야기지만 2010년 5월 16일의 박경태-이대형 사구 사건에서 일부 기자들이 3회에 8:1로 앞선 상황에서 이대형이 도루했기 때문에 사구를 맞은 거라 주장했었다. 도루를 감행한 선수는 경기 초반이었기에 승리를 장담할 수 없었다. 였고, 이 정도면 불문율을 어겼다. 가 던진 쪽의 주장이었을지도 모른다. (물론 던진쪽에서는 컨트롤이 제대로 안된 것으로...) 

야구 불문율에 동의하는가에 대해 논한다면 나는 그 본질적 의미에 대해서는 찬성한다.

어떤 상황이 불문율 적용이 되는거네, 아니네를 말하고 싶은 것은 아니다. 오늘은 그 불문율이라는 것이 왜 인정되는가?에 대해 적어놓고 싶다. 

40년이 넘는 내 야구 보기 인생은 2008년 이전과 이후로 나눌 수 있다. 아는 사람들은 다 아는 KBO 첫 외국인 감독이 롯데 자이언츠에 왔던 그 해이다. MLB는 그냥 괴물들이 모여서 묘기 대행진 하는 리그라고만 생각했던, 야구를 참 많이 안다고는 아니지만 볼 줄은 안다고 생각했던 내 야구 보기 인생에 큰 전환점이 되는 야구를 그 때 봤다.

그리고 생각하게 된 야구의 본질에 대한 생각.

야구는 던지고 치고 달리는 스포츠다. 그런데 이 프로야구라는 건 이런 본질에 그걸 보고 즐거워하는 사람들이 전제가 되어야 유지되어 갈 수 있는 장사다.

끝날 때까지 끝난게 아니다. - By 요기 베라. 

라는 아주 유명한 말을 우리는 안다. 끝날 때까지 끝난게 아니기 때문에 우리는 9회말이 종료될 때까지 야구장에서 TV 앞에서 그걸 끼고 보고 있는 게 아닐까 한다. 내가 응원하고 있는 팀이 설령 지고 있더라도 말이다. 

끝날 때까지 끝난게 아니라는 이 아슬아슬함이 이기고 있는 팀을 응원하는 사람도 지고 있는 팀을 응원하는 사람도 이 경기에 남아있도록 하는 가장 큰 요소일텐데, 크게 이기고 있는 팀이 하는 번트와 도루는 그 아슬아슬함을 지워버리는 큰 요소가 될 수 있다. 

점수차를 뒤집을 수 없는 경기들이 많아지고 정례화 된다면 3이닝 이후 지고 있는 팀의 팬들은 어자피 뒤집어 지지도 않을 경기 보고 있으면 뭐할까. 라는 생각으로 야구에서 멀어지게 될 것은 너무나 자명한 일이다. 야구라는 운동이 프로 스포츠로서 자리를 잡아가고 있던 시절 어쩌면 그 리그에 있는 모두가 가장 크게 경계해야 할 일이 그것 아니었을까? 

패배하는 팀이 없으면 이기는 팀도 없다. 

누군가는 져야 이기는 팀이 나올 수 있다. 그러므로 이기는 팀에 대한 가치나 지는 팀에 대한 가치는 동일하다. 

아마 장자께서 여태 살아계셨다면 내 이야기에 동의해 주셨을지도 모르겠다.(피식) 나는 멋있게 이기는 팀도 중요하지만 그 승부에서 지는 팀도 무척이나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때론 얄미운 빌런이어도 좋고, 얍삽하게 이길 수 있는 걸 정면으로 승부를 벌여 와르르 무너지는 팀도 좋다. 얄미운 빌런이 진다면 사람들은 정의구현이라고 박수를 칠태고 정면승부를 받아들여 지는 팀이 있다면 경기가 끝난 후 모든 팬들이 승자와 패자 모두에게 박수를 보낼 수도 있는 일일테니 말이다. 

리그 안에 있는 팀들이 모두 건강하게 유지될 수 있어야 시즌이 지속될 수 있고, 팬들이 열광할 수 있는 명승부가 리그를 키울 수 있는 가장 큰 원동력이된다. 
그런 명승부가 될 수도 있는 경기의 싹을 자르는 것을 막는 것이 어쩌면 야구의 불문율일 수 있다고 생각해 보았다. 

이 경기에서 우리가 이기기 위해서는 사다리를 걷어차는 것이 올바른 선택일 수 있다. 
하지만 역전이 없는 스포츠가 무슨 의미와 재미가 있을지에 대해 생각해 보면 나는 그 선택에 동의할 수 없다. 

부끄럽지만 지속이 가능한 리그가 왜 중요한 것인가에 대해 나는 2000년쯤 되어서야 생각해 보게되었다. 

84년 이후 최동원을 잃어봤고, 92년 이후 염종석을 잃었다. 

우승 따위늘 못해도 나는 손민한이 오랫동안 리그에 남았으면 했고, 부상으로 이탈한지 7년만에 리그로 돌아와 딱 반시즌 8회를 책임졌던 조정훈에 마음이 아팠다. 

왜 우리는 선수의 혹사를 막아야 하고, 부상이 없기를 기원해야 하는가에 대한 본질적인 답도 같다. 

이 리그가 이어지기 위해 필요한 것이다. 좋은 기량을 가진 선수들이 오랫동안 팬들에게 즐거움을 주는 선순환이 이어지길 바란다. 

8:1에서 점수를 더 내려고 하는 사다리 걷어차기 보다는 홈런 6개를 치고도 끝내기 안타를 맞고 지는 그런 야구가 어쩌면 내 눈에는 더 야구다워 보인다. 

얼마전에 기아의 윌리엄스 감독이 1루수가 1루를 비우고 뒤로 물러서서 수비를 하고 있을 때 빠르게 스타트를 끊은 상대팀 1루 주자에 대한 문의를 했다고 한다. KBO는 그래도 되는건지에 대해. 야구 문화가 다를 수 있다는 것을 인정하며, 정중히 물어보는 그 일에 대해 여러 해설위원들이 말을 한다. 이게 야구 불문율에 해당되는건지 아닌지, MLB에서는 어떻고 저떻고 일본에선 어떻고 저떻고.. 그런데 아무도 이런 불문율이 왜 존재하는지, 어디 적혀있는 것도 아닌 이딴 규범이 왜 중요하게 취급 받는지에 대해서는 아무도 이야기를 안한다. 

야구를 보는 모든 팬들이 그런 의미를 알고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일까? 
아니면 지도 모르는 걸까.. 

리그에서 열심히 플레이는 하고 있는 선수들이 모두 건강하게 오랫동안 활약했으면 한다. 

좋은 승부가 많이 만들어지는 건강한 리그가 되길..... 

그리고, 사다리는 걷어차지 마라. 다 같이 잘돼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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